패션사업가 강희재는 철저히 개인적인 기준에 따라 미술품을 수집한다. 자신의 직감을 믿는 것, 그리고 각 작품과 “감성적이고 영감을 주는 관계”를 맺는 것. 이러한 전략은 2004년에 시작한 온라인 쇼핑몰 업타운걸(이하 UTG)의 성공에도 도움이 됐다. 그가 설립자이자 대표이사로 있는 UTG는 이제 그의 라이프스타일과 동의어가 되었다. 강 대표는 UTG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의류의 상품 이미지를 일상에서 찍은 사진을 써서 구축하는 등 여전히 대부분의 스타일을 직접 모델링 하고 있다.
강 대표의 타고난 미적 감각은 그가 수집하는 미술 작품에도 반영되어 있다. 그는 생동감 있는 색감과 “역동적인 표현과 감정적 깊이”가 담긴 회화 작품을 선호한다. 서울에 있는 그의 집 곳곳에는 이러한 작품들이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강 대표는 구매자에서 판매자로 전향할 계획을 내비쳤다. “향후 10년 이내에” 자신만의 갤러리를 열고 패션계에서의 영향력을 이용해 미술계의 유명세를 노려볼 생각이다.
예술에 처음 눈뜨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20여 년 전 일본의 한 호텔 갤러리에 걸린 판화를 보고 매료된 적이 있다. 전통적인 일본 회화 기법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고서와 고양이가 그려져 있었다. 그 작품을 아직 소장하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지금이라면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작품을 처음 수집할 때 흔히 겪는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
가장 근래에 구입한 작품은 무엇인가?
라이언 갠더의 〈Two hundred and fifty three degrees below every kind of zero〉(2023)로 풍선 작품이다. 갠더는 개념미술을 처음 접하게 해준,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예술가다. 하지만 평범한 검은색 풍선을 수천만 원대의 가격에 구입하기로 결정하는 데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구입할 기회를 놓쳐서 후회가 남은 작품이 있는가?
홍콩 아트바젤에서 잠깐의 망설임 때문에 루이스 부르주아의 드로잉 작품을 놓친 일을 절대 잊을 수 없다. 강렬하고 관능적인 드로잉을 통해 여성으로서의 고통을 호소력 있게 표현한 부르주아의 능력이 깊은 울림을 주었다. 안타깝게도 단 몇 분 차이로 작품을 놓쳤다.
컬렉팅을 시작한 후로 미적 취향이 어떻게 변했는가? 또한 지금 컬렉팅의 특징이 있다면?
작품을 선택할 때, 그 작품이 나에게 기쁨을 주는지 아닌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작가의 명성이나 작품의 투자 가치를 기준으로 고르지 않으려고 한다. 토드 노스턴의 〈Untitled (Plush)〉(2006)는 현재 나의 수집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품에 깊은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조를 이루는 주제와 마음을 달래는 색감의 조합이 나에게 편안함을 준다는 점에서 작품에 이끌렸다.
전 세계 어느 미술관에서든 작품 하나를 소유할 수 있다면, 어떤 작품을 선택할 것인가?
뉴욕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울의 작품 중 특히 “CATS IN BAG, BAGS IN RIVER”라는 문구가 적힌 [1991년작] 작품을 가지고 싶다. 나는 글꼴과 텍스트에 깊은 관심이 있다. 문구를 해체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놀라운 균형을 창조하는 울의 능력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에서 추천하는 음식점이나 바가 있는가?
서울에 있을 때는 이태원과 한남동을 즐겨 간다. 한식을 원한다면 ‘단비’와 ‘휴135’를 추천한다. 양식으로는 ‘아따’와 ‘로기’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와인 바는 ‘바 빅라이츠’이지만, 케이팝 스타를 보고 싶다면 요즘에는 ‘SX’가 최고의 나이트라이프 장소다.
리테일 테라피가 필요할 때 어디로 가는가?
성수동은 한국 패션계에서 가장 활기차고 중요한 지역이다. 독특한 리테일 공간들이 시크한 산업단지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며 역동적인 분위기를 더해주는 곳이다. 쇼핑 장소로는 ‘비이커 성수’와 ‘무신사’가 주목할 만하다. 최근에는 ‘키스’도 이곳에 매장을 열었고, 근사한 브런치 메뉴를 갖춘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서울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팁은?
서울은 잠들지 않는 도시다. 서울을 최대한 신나게 즐기려면 충분한 에너지와 좋은 컨디션이 필수!